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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처음 슈만의 가곡을 접하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슈만 가곡의 정점에 있는 “시인의 사랑”은 누구나 불러보고 싶어 하는 곡들일 것이다. 슈만의 연가곡을 모두 공부해보려 했던 야심찬 계획은 첫 레슨 시간에 허무하게도 깨져버렸다. 여자들이 부를 노래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남자 노래를 부를 이유가 뭐냐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에 간단히 포기하고 “여인의 사랑과 생애”에 머무르기로 해버린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은 지당하신 말씀이었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이 아름다운 음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좋은 노래는 다 남자 노래야” 언젠가 친구가 한 말에 격하게 공감한 기억이 있다. 정말 그랬다.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 탐나는 노래, 부르고 싶은 노래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들을 위해 쓰여진 노래들이었다. 하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오랜 시간 여성을 소재로 작곡된 노래들에 집중하면서 깨달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들의 삶이라는 것은 기구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고, 그 삶의 고단함에 집중한 음악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여성의 삶에 집중하다가 돌아본 남자 노래의 매력은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매력에 끌려 다가갈수록 그것이 왜 남자 노래인가를 확인하게 되는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구분되어져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서 살아야만 하는 운명에서 상대방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의 세계에서 그 매력적인 것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일 뿐, 금지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구분해서 결정해 버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확연히 보여지는 그 성향을 파악하고 접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 이번 음악회의 화두였다. 여성성은 무엇이고 남성성은 무엇일까. 그 두 가지는 어떻게 화합할 수 있을까.
남성적인 것을 남성이 부르고 여성적인 것을 여성이 부르는 익숙함, 익숙함이 흔들림으로 인해 느끼게 되는 낯설음, 그 사이의 줄타기에서 만들어지는 낯선 익숙함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 김혜선-
Profile
Soprano 김혜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독일 뒤셀도르프 로버트 슈만 국립음대 디플롬
서울대, 성신여대, 추계예대, 성결대, 세종대, 동덕여대, 국민대 강사 역임
극동방송 라디오 “주일찬송” 진행
Piano 한방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피아노 석사, 반주 석사,
반주 아티스트 디플로마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예술대 교수 역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 연세대 강사 역임
한국반주협회 회장 역임
성신여대 대학원 반주학과 교수
Jasminenstrauch op.27-4 (자스민 덤불)
Meine Rose op.90-2 (나의 장미)
Die Lotosblume op.25-7 (연꽃)
Lied der Suleika op.25-9 (줄라이카의 노래)
An AnnaⅠ (안나에게)
An Anna Ⅱ (안나에게)
5 Lieder von Maria Stuart op.135
마리아 스튜어트의 시에 의한 5개의 노래
Abschied von Frankreich (프랑스를 떠나며)
Nach der Geburt ihres Sohnes (아들의 탄생 후에)
An die Königin Elisabeth (엘리자벳 여왕에게)
Abschied von der Welt (세상을 떠나며)
Gebet (기도)
PAUSE
Dichterliebe 시인의 사랑 op.48
1.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이토록 아름다운 5월에)
2. Aus meinen Tränen sprießen (나의 눈물에서 피어난)
3.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장미, 백합, 비둘기)
4. Wenn ich in deine Augen seh' (그대의 눈동자를 볼 때면)
5.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내 영혼을 담으리)
6. Im Rhein, im heiligen Strome (라인, 성스러운 강물에)
7. Ich grolle nicht (원망하지 않으리)
8. Und wü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작은 꽃들이 안다면...)
9. Das ist ein Flöten und Geige (피리와 바이올린 소리)
10. Hör' ich das Liedchen klingen (그 노래를 들으면)
11. Ein Jüngling liebt ein Mädchen (한 젊은이가 한 아가씨를 사랑해)
12. Am leuchtenden Sommermorgen (빛나는 여름 아침에)
13. Ich hab' im Traum geweinet (꿈속에서 울었네)
14. Allnächtlich im Traume (매일 밤 꿈속에)
15. Aus alten Märchen (오래된 동화에서)
16. Die alten bösen Lieder (끔찍한 옛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