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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었나 보다. 아빠가 사주신 CD들 중에서 우연히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듣게 되었다. 첫 트랙이었던 작품 90번의 첫 곡. 한 사람이 마치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을 걸어가는데, 그 걸음이 몹시 처연하고 위태롭다. 때론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가도 이내 하염없이 아픈 속내를 그대로 내비친다. 잿빛 그늘이 드리울 때도, 바람이 세차게 불 때도, 햇볕이 따스한 얼굴을 내밀 때도 발걸음은 늘 일정하다. 무한히 많은 말을 담고 있는 것 같은 그 발걸음은 어느 순간부터 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위를 질척거리고 있었다. 순간 세상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 정체 모를 눈물의 순간이 내가 피아니스트로서 살아야만 하는 숙명적인 이유가 되었다. 슈베르..